불의의 사고를 당해 여러분 심장이 갑자기 멈췄다고 해봅시다. 심정지가 곧 죽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약 5분 안에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여러분은 예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산소 부족으로 뇌가 심각하게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골든 타임’이 지나도 뇌 손상을 막을 수 있을까요. 미국 메릴랜드의대 중증외상센터의 의사 새뮤얼 티셔먼(Samuel Tisherman)은 2014년 획기적인 방법을 심정지 환자에게 적용했습니다. 환자 몸에 차가운 수액을 넣어 체온을 10도까지 떨어뜨리는 겁니다.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뇌에 필요한 산소량이 매우 적어집니다. 이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도 더 오랫동안 뇌가 손상 없이 유지됩니다. ‘EPR(응급 보존 및 소생·Emergency Preservation and Resuscitation)’이라 불리는 치료법입니다.
EPR은 사실 동물 세계를 관찰해서 얻게 된 치료법입니다. 바로 ‘겨울잠(hibernation)’입니다. ‘겨울잠’의 기제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이를 응용해 우리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이겨내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노화를 늦추거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을 정복할지도 모르죠. 과학계가 겨울잠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인간에게도 겨울잠 DNA 남아 있을 것”
아직 과학자들은 무엇이 동물의 겨울잠을 유발하는지 모릅니다. 신기한 사실은 겨울잠 동물의 몸에 뭔가 특별한 호르몬이나 분자 같은 물질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겨울잠 동물에게 작용하는 호르몬은 인간에게도 다 있다는 거죠.
인간에겐 잠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이 이런 겨울잠 동물에겐 겨울잠을 재촉합니다. 겨울잠을 잘 때 ‘아디포넥틴’은 혈당을 유지해 주고, ‘IGF-1’과 같은 호르몬은 에너지 저장에 도움을 줍니다. 둘 다 사람 몸에 이미 존재합니다. 다만 겨울잠 동물에겐 이 메커니즘을 유발하고 유지하는 방아쇠가 있지만 인간에겐 그게 없을 뿐이죠.
이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면 많은 질병 극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심장이 정지된 환자나 뇌졸중처럼 생명을 즉각적으로 위협하는 질병에 말이죠. 인간을 겨울잠 상태에 빠지게 하면, 신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 요구량과 영양 공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문제 해결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샌디 마틴(Sandy Martin)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세포발달생물학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잠 연구는 뇌졸중, 심장마비,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허혈 같은 질병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겨울잠의 원리는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파우나 바이오(FAUNA BIO)’라는 회사가 겨울잠에 드는 동물의 DNA를 다른 동물 및 인간의 DNA와 비교하며 작동 원리를 연구 중입니다. 어떤 DNA가 겨울잠 스위치를 켜는지 찾아내고 있죠. 이 스위치를 찾아내면 겨울잠의 혜택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최근 겨울잠 연구를 진행하는 알래스카대학교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잠 연구가 향후 우주 장거리 비행 중 수면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듯 겨울잠 동물에게 인간과 특별히 다른 호르몬이 작용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몸에도 겨울잠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DNA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켈리 드루 교수는 “인류 조상의 뼈 화석을 보면 겨울잠 상태와 평소 상태의 차이를 의미하는 나이테 같은 구조가 보인다”면서 “현재 인류의 DNA 속에도 겨울잠 메커니즘이 잠들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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