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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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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 이정록 그럴 때가 있다 이정록 매끄러운 길인데 핸들이 덜컹할 때가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 탁자에 놓인 소주잔이 저 혼자 떨릴 때가 있다. 총소리 잦아든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노을을 바라보던 젖은 눈망울이 어린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칠 때다. ​ 그럴 때가 있다. ​ 한숨 주머니를 터트리려고 가슴을 치다가, 가만 돌주먹을 내려놓는다. 어딘가에서 사나흘 만에 젖을 빨다가 막 잠이 든 아기가 깨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촛불이 깜박, 까만 심지를 보여주었다가 다시 살아날 때가 있다. 순간, 아득히 먼 곳에 불씨를 건네주고 온 거다. 우리는 우주라는 그물의 '그물코' 농민신문 2024년1월5일자 18면 시인의 詩읽기 이문재(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에서 따옴 가끔 대척..
미래의 산업생태계,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농민신문(2023년 9월25일 월요일) 18면 경제산책, 김대래(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18세기말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인류의 경제생활을 전환하는 분수령이었다. 생산력의 발전에서 결정적인 진보를 이룬 대사건이었다. 도구를 사용하던 생산방식을 기계로 대체한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비로소 인구보다 식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크게 보면 지금도 우리는 이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기계·기술의 발달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생산력이 높아지고 사회도 이에 대응해 변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은 과거 산업혁명과는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인식이다. 2016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러한 인식을 처음 피력한 사람이다. 토플러는 인류의 경제생활을 3단계..
전쟁 같은 맛-그레이스M.조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08/12/KUZTKH26INAQLCXVMC4UWAK5A4/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전쟁 같은 맛으로 전미도서상 후보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 www.chosun.com
빛을 늦추고 티끌에 같이 한다 이란 빛을 늦추는 일이고, 이란 속세의 티끌에 같이한다는 뜻으로, 이란 자기의 지혜를 자랑하는 일 없이, 오히려 그 지혜를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에 동화함을 말하고 있다. 《노자(老子)》의 제4 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道)는 텅비었으되 아무리 써도 늘 다함이 없으며, 깊어서 만물의 근본과 같다. 그 날카로움을 꺾고, 그 어지러움을 풀고, 그 지혜의 빛을 늦추고, 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는 것이거니와, 물이 깊게 가득차 있는 것과 같다. 나는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어도, 천제보다도 더 먼저 존재하는 것 같다. 道沖而用之 或不盈 淵乎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深乎似若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道는 얼핏 보기에는 공허하지만, 그 작용은 무한하다. 연못과 같이 깊어서 만물의 ..
타산지석 他山之石 남의 산에서 나온 거친 돌이라도, 자기의 구슬을 가는 숫돌로 사용할 수 있다는 《詩經》의 싯귀로서, 자기보다 뒤떨어진 사람의 언행도, 자기의 몸을 닦고 학문을 가는 것의 거울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詩經》 소아(小雅)의 에 이렇게 실려 있다.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울거늘, 그 소리는 온 들에 들리는도다. 물고기가 잠겨 연못에 있다가, 혹은 물가로 나와 노는도다. 저 동산에는 즐겁게도, 이에 심어놓은 박달나무가 있으며, 그 아래에 오직 개암나무가 있도다. 남의 산의 돌도, 가히 써 숫돌로 삼을 수 있도다.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울거늘, 그 소리 하늘에 들리는도다. 물고기가 물가에 있다가, 혹은 잠기어 연못에 있도다. 저 동산에는 즐겁게도, 이에 심어놓은 박달나무가 있으며, 그 아..
절차탁마 切瑳琢磨 《논어》 학이편(學而篇)에는 《시경》에 실려 있는 시가 인용되고 있다. 자공(子貢)이 공자께 여쭈었다. " 가난해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면서 교만함이 없는 것은 어떠하나이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그러나 가난해도 道를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 예절을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니라." 자공이 다시 여쭈었다. "시경에 이르기를, 끊는듯이 하고, 닦는 듯이 하며, 쪼는듯이 하고,가는듯이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것을 이름이니이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구나, 지난 일들을 일러 주었더니 닥쳐올 일까지 아는구나." 子貢曰 貧而無諂(諂:아첨할 첨)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瑳(瑳:깨끗할 차) 如琢(琢:쫄 탁)如..
교토사양구팽 (狡兎死良狗烹) 교토사양구팽 - 狡교활할 교,兎 토끼 토,死 죽을 사,良어질 양, 狗 개 구,烹 삶을 팽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소위 한초(漢楚)의 쟁패전(爭覇戰)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것은 한신(韓信)으로, 漢나라가 천하를 평정하자, 초왕(楚王)에 봉하여 졌다. 원래 항우의 장군이었던 종리매(鍾離昧)는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한신에게 와서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일찌기 전투에서 종리매에게 괴로움을 당한 유방은 종리매를 미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楚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자, 종리매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楚나라에 내렸다. 그러나 한신은 옛친구를 차마 체포하지 못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유방에게 한신이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고, 거짓으로 상소한 사람이 있었다. 유방은 그 일을 여러 장군들에게 상의 하여,..
일거양득 一擧兩得 서진(西晉)의 무제(武帝)에게 벼슬한 속석(束晳)은 속관(屬官)에서 올라가 좌저작랑(佐著作郞)이 되어,《晉書》와 《帝紀十志》를 엮어 박사가 된 박학의 선비이다. 당시에 발견된 죽간(竹簡)을 보고, 그는 漢나라 명제(明帝)의 현절릉책문(顯節陵策文)이라고 단언했다. 조사해 본 결과, 사실이었기 때문에 모두 그의 박식함에 놀랐다고 한다. 그가 좌저작랑이 되기 전의 상소문 속에서, 하북(河北)의 돈구군(頓丘《晉書》郡) 일대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을 다시 서쪽의 개척민으로서 이주시킬 홍계획을 진술한 일이 있다. "그 10년의 세역면제(稅役免除)를 내려, 중천(重遷-두 번 이주시킴)의 정을 위로한다면, 한 번 들어 두가지 이득을 얻게 되어, 밖으로 실질적이고 안으로 너그러우며, 궁한 사람들에게 일을 더하여 넓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