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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귀 사이 5인치(약 13cm)

로티 워드(21·잉글랜드)



그래픽=양인성

 

“골프는 두 귀 사이 5인치(약 13cm) 길이 코스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로 칭송받는 보비 존스(미국)가 남긴 이 말은 골프에서 두뇌(두 귀 사이)를 활용한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코어를 좌우하는 핵심은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판단하는 ‘골프 IQ(지능)’에 달렸다는 의미다.

 

올해 골프계를 뒤흔든 두 선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괴물’ 유망주로 떠오른 로티 워드(21·잉글랜드),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와 비견되기 시작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스코티 셰플러(29·미국)다. 워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럽 투어 우승,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공동 3위, LPGA 직행 티켓 확보, 프로 데뷔전 우승을 지난 한 달간 모두 이뤘다. 폭발적 활약 뒤에 뛰어난 골프 IQ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명 코치 브렌던 엘리엇은 최근 골프WRX 기고에서 “워드는 기적 같은 퍼팅이나 300야드 드라이브 폭격이 아니라, 한결같은 정확성과 흔들림 없는 평정심으로 우승했다”고 분석했다. 화려하고 공격적인 골프가 아니라, 영리한 경기 운영을 통해 확률을 높이는 골프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똑바로, 정타로 쳐 찬스 만들기 ▲핀을 직접 노리기보다 그린의 넓은 쪽 겨냥 ▲안전한 지점 공략 후 퍼팅으로 승부 등을 워드의 ‘골프 공식’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골퍼가 무너지는 이유’도 꼽았는데, 워드의 골프와는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 ▲벙커 뒤에 숨은 핀을 보면 과감히 한 클럽 더 잡고 직접 공략 ▲정확도보다 거리에 집착 ▲영리한 샷보다 영웅적인(heroic) 샷 시도 등이다. 엘리엇은 “장타 경쟁은 잊으라”며 “주말 골퍼들도 핀 위치와 관계없이 그린 중앙을 겨냥해 보라. 스윙을 바꾸지 않고도 스코어가 내려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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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워드가 재학 중인 미 플로리다 주립대 에이미 본드 코치는 “워드는 뛰어난 골프 지능을 바탕으로 스윙 세부 요소와 다양한 샷, 라이 종류를 이해하고 있다. 복잡한 그린 지형을 분석해 확률 높은 지점에 공을 떨어뜨릴 줄 안다”고 했다. 특별한 약점 없이, 드라마틱하지 않은 경기로도 탁월한 결과를 내는 워드에게 영국 언론은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을 붙였다.

 

최근 2년간 PGA 투어 11승을 거둔 셰플러도 온 그린을 시도할 때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버디를 잡지 못해도 투 퍼트 파로 마무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다. 셰플러는 올 시즌 어프로치샷 SG(Strokes Gained) 1위(1.297)를 달리는데, 홀컵에 가까이 붙이는 어프로치샷으로 라운드당 약 1.3타씩 줄인다는 의미다. 2위 선수(0.966)를 압도한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실수를 제한하고 영리한 골프를 하는 셰플러처럼 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셰인 라우리(38·아일랜드)는 “셰플러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내가 본 사람 중 골프 두뇌(golfing brain)가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우즈도 2006년 디 오픈에서 실수를 줄이는 전략을 앞세워 우승했다. 나흘간 드라이버는 한 번만 잡았고, 대신 2번 아이언이나 3번 우드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지켜 거친 링크스 코스를 극복했다. 당시 페어웨이 적중률 92%를 기록한 우즈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전략적으로 경기를 설계해 공략하라’는 아버지 가르침을 따랐다”고 우승 비결을 소개했다.

 

UC버클리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콜린 모리카와(28·미국)도 확률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보기 없는 경기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따냈다. 14번홀(파4·340야드)에선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는데도 레이업을 한 뒤 3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해 칩인 버디로 연결했다. 반면 대부분 선수가 끊어 가는 16번홀(파4·294야드)에선 드라이버로 원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잡는 승부사 같은 기질도 드러냈다. PGA투어는 이런 모리카와에 대해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골프 IQ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양인성
 
 

워드에 앞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던 박인비(37)도 과하게 크지 않은 스윙으로 정확성을 확보한 뒤 정교한 퍼트로 스코어를 줄이는 게 특기로 LPGA투어에서 21승(메이저 7승 포함)을 달성했다. 초등학교 때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전인지(31)도 “골프는 확률의 게임”이라며 미스 샷을 했을 때 만회할 기회를 만드는 걸 중시한다. LPGA 투어 통산 4승 중 3승을 까다로운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한 전인지는 지난 31일 개막한 AIG 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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